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※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의 소꿉친구 드림이 있습니다.
※ 갠봇님들 대화를 참고했습니다.






네 녀석의 이름다운 이름을 불러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았다. 불러본 적이나 있었을까. 제대로 불러보려고 하면, 항상 열 받게 하는 짓만 골라 하니 입에서 고운 소리가 나올 리가 없었다. '쿠소카와'라던가 '멍청카와'라던가. 큰 소리로 화를 내며 이렇게 불러대는 통에 '오이카와' 나 '토오루'가 어색한 걸 넘어서, 이제는 불편했다. 게다가, 그 녀석도 내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지 않으니까. 먼저 이름을 불러주면 불러주겠다고 다짐한 것 자체가, 왠지 모르게 지는 것 같았다. 이런 게 유치한 자존심일지도…….

"하지메, 궁금한 게 있어! '오이카와'가 편해? '토오루'가 편해?"
"…쿠소카와. 멍청카와. 이쪽으로 불러서 둘 다 불편한데……."

시간이 남았다며 오랜만에 찾아온 진의 갑작스러운 질문을 어색한 표정으로 뺨을 긁적이며 대답했다. 그 말에 이런 험한 말을 토오루 한정이라 다행으로 여겨야 하냐며 크게 웃는 소꿉친구를 보자니 어딘가 모르게 민망했다. 그래도 소꿉친구인데, 이름 안 부르는 건 좀 너무했나… 생각하다가 어차피 저 녀석도 내 이름 안 부른단 사실이 떠올랐다.

"저 녀석도 안 부르는데, 상관없지 않나?"
"…아, 그러네! 이제 깨달았어. 그냥, 맨날 하지메만 이름 불러주다가 오늘 오랜만에 이름을 불러주니 너무 기뻐해서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달까… 조금 불쌍했달까… 그래서, 둘이 이름 부르면 어떨까 했는데… 안 되려나?"

듣고 보니 오이카와 녀석이 조금 불쌍해졌다. 얘한테도 이름 못 불렸었지. 뭐, 자업자득이지만. 게다가…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. 그렇다고 내가 부르기에는 좀.

"갑자기 서로 이름 부르는 건, 좀 어색하지 않냐. 뭐, 네가 원한다면 해줄 수야 있는데……."

말끝을 살짝 흐리다가 기대하는 표정을 보니 기분 좋으면, 이라는 뒷말을 붙였다. 저 조건이면 평생 불러줄 일 없으려나… 어쩌다 한 번 정도는, 불러줄지도? 자신이 무리한 부탁을 한 건 아닌지 살짝 어두웠던 표정이 밝아지면서 진이 말했다.

"역시 하지메는 착해! 고마워! 혼자 부르면 너무 오글거려서, 다 같이 부르면 좀 괜찮지 않을까 싶었거든. 그리고 자칭이건 타칭이건 공식 인기남이니까. 하지메가 불러준다면 괜찮을 것 같았거든! 시비 걸리는 건, 이쪽에서 사절인지라."

그랬었다. 쓸데없이 인기가 많은 놈이니, 부원들도 잘 안 불러주는 이름을 진이 부른다면 뒷말이 나올 만도 했겠지. 여러 사람에게 민폐 끼치는 놈. 문뜩, 오이카와가 여자애들에게 둘러싸여 헤실 거리는 모습이 떠오르니 나도 모르게 인상을 구겼다. 그게 뭐가 좋다고 쳐 웃냐. 쿠소카와.

"하지메, 인상 펴!! 아,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. 내가 시간 너무 많이 뺏은 것 같네… 그럼 이만 가볼게! 연습 열심히 해!"

부 활동 할 시간이 다 되어 가니, 진은 가겠다며 작별인사를 했다. 그런 진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집합 시간에 체육관으로 들어갔다. 워밍업 부터, 마지막 스트레칭까지. 모든 걸 끝내니, 벌써 하늘이 어둑어둑했다. 비 오듯 흘렀던 땀에 온몸이 절어 있는 것 같아 찝찝하고 불쾌해 곧바로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. 언제나 시끄럽게 빨리 옷 입으라고 재촉하면서 기다리던 녀석이 없으니까 부실은 조용하면서도 휑했다. 애써 오이카와 녀석이 없으니 다른 곳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며 손을 재촉했다. 캐비닛 안에 잘 개어져 있던 교복을 입고 가방을 맨 후, 교문으로 걸어가자 방방 손을 흔드는 그 녀석이 기다리고 있었다. 미리 나간 거였냐.

"이와쨩! 못생긴 데다가, 이렇게 기다리게 하다니! 이렇게 늦게 나오는 거, 오이카와씨가 기다릴 줄 알고 그런 거지?"
"닥쳐, 쿠소카와. 한 대 맞고 싶냐? 진한테 미안하지만, 네 이름 평생 불러줄 일 없겠다. 네 녀석이랑 얘기할 때마다 항상 화가 나거든."
"응? 아까 엣쨩이 다녀갔어? 그것보다 평생 이름을 안 불러준다니?! 오이카와씨가 부탁하기도 전에, 물 건너간 거야…?"

울상을 지으며 시끄럽게 굴어대길래 무시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. 뒤에서 이와쨩, 같이 가! 라며 쫓아오고 있었지만 기분이 무지 더러웠다. 눈치 없는 새끼. 멍청한 새끼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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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by 프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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